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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종말과 죽음] 작가 후기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7 18: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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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종말과 죽음은 테라 공성전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자,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의 완성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워해머 40,000의 신화 속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정전으로 인정받은 에피소드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GW와 전세계 40K 커뮤니티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책입니다.


종말과 죽음의 구성에 관해서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이 그 자체로서 공훈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저자의 해설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설명에 임해 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없이 이 책을 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집필하는 것이 어려웠느냐고요? 네, 물론 그랬습니다. 그런 노력에 대해서 알게 된다 해서, 독자 제위의 독서 경험에 변화가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수고에 대한 동정을 구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과정’에 흥미를 가진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몇 가지 관점을 제공해 볼까 합니다.






종말과 죽음을 쓰는 데 약 2년이 걸렸습니다. 비교를 위해 말하자면, 저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면 소설 한 권을 씁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소설은 보통 단어 9만 개에서 10만 개 사이이고, 종말과 죽음은 ‘표준’ 소설 네 권에 가까운 분량이니까요. 이 책의 규모에서, 테라 공성전의 끝, 그리고 호루스와 황제가 벌이는 최종 결전이라는 소재의 범위가 드러납니다. 이 이야기는 이 신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부분이자, 워해머 40K 세계관 전체의 기본이 되는 전설이니까요.


따라서, 이 소설은 그 어떤 의미에서든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야 했습니다. 생귀니우스가 제 형제와 벌인 싸움, 호루스가 제 아버지와 벌인 싸움 등의 주요 사건은 기념비적 규모에 들어맞아야 했지요. 논쟁의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이 세 인물은 워해머 40K라는 IP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캐릭터니까요. 이 시퀀스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범주로 전환해야 했지요. 전에는 이렇게 엄청난 것을 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았고, 제가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어쨌든, 호루스 헤러시와 40K 소설들은 무시무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장대한 갈등과 거대한 투쟁이 펼쳐지는 것, 그것이 이 세계관의 본질이니까요. 저는 주요 사건이 중심이 되는, 소위 ‘큰’ 작품을 많이 써 봤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어떻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이미 서사적인 것을, ‘더 서사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핵심 사건 역시 범세계적인(혹은 범성계적인) 전쟁의 맥락 속에서 설정되어야 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당시에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 다른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것의 뒤를 쫓으면서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둘째, 범세계적인 규모라는 개념에 대한 감각을 확립하고 유지해야 했습니다. 무엇이 위태로운지 이해하고, 같은 역사적 순간에 휘말린 다른 존재들의 경험, 그리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의 경험을 공유해야 했습니다. 셋째, 비교적 부차적인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개별적인 플롯과 이야기들을 살피고, 많은 경우, 그 이야기들을 엮어야 할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시리즈의 마지막이었고, 대망의 피날레였으니까요. 여기까지 이어진 헤러시 소설 속에서 수 년 동안 이어져 온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을 맺지 않으면, 결말을 내 줄 ‘다음 책’이 없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중대한 대비를 이뤄야 했습니다. 만약 이 책이 말 그대로 주요한 사건들만 다룬 책이었다면, 전체 사건을 묘사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물론, 한 곡조로만 이어지는 단조롭기 짝이 없는 책이 되었겠지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거나, 혹은 더 조용한 순간으로, 혹은 더 작은 인물로 넘어가는 것을 통해서 필요한 명암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호루스와 황제의 대결에만 집착했다면, 아마 한 번에 소화할 수 없는 분량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격노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시 돌아왔을 때 더 격렬한 분노가 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규모’라는 용어는 단어 수에도 적용되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종말과 죽음이 긴 책인 이유는 제가 길게 쓸 생각이어서가 아닙니다. 길어야먄 했기 때문에 길어진 것입니다.


저자들이 모두 알다시피, 테라 공성전 시리즈의 소설은 ‘표준’ 책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8권 작업을 시작했던 당시에는 솔직히 얼마나 오래 걸릴지 짐작도 못 했습니다. 제 편집자였던 카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냥 쓰세요. 단어 숫자는 생각하지 말고.”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제가 쓴 글은 단어 15만 개의 벽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카임에게 경고를 전했죠. 저희 둘 다, 단어가 일정 이상 쌓이고 나면 물리적으로, 기계 자체가 하드커버 제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8권은 총 셋으로 나누어 출판되었습니다.


세 권으로 나눈 형식이 이 책의 구조를 감추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단어 수로만 보면 표준 소설 네 권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같은 기간에 각각 다른 네 권을 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소설에는 시작, 중간, 끝이라는 해부학적인 구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종말과 죽음의 개별적인 권들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이 세 권이 하나의 소설이고,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이르는 전체 줄거리는 세 권 모두에 걸쳐,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1권만을 보면서 ‘근접 관찰’을 진행한다 해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요. 심지어 일부 줄거리는 그냥 끼워 넣어져 있거나 왜 등장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것은 독자가 무의식적으로 책 표지에 쓰여 있는 익숙한 스토리 전개를 보기 때문입니다(네, 더 큰 소설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많은 측면에서 8권의 전체 구조는 3부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이때서야 이전에 분리되어 있거나 개별적이라고 여겼던 줄거리가 연결되고, 결말을 맺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교차합니다. 처음에는 흥미롭긴 해도 무작위적인 전환이라 여겼던 줄거리가 갑자기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는 셈이지요.


그래서 ‘규모’는 이 책 전체의 규모에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이 책의 기초, 그러니까 구조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확실히 큽니다. 독자들에게 낯선 규모인 만큼, 작가에게도 확실히 낯선 구조지요. 저는 이렇게 큰 규모의 글을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큰’ 규모는 단어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에 네 편의 소설으 ㄹ썼다면 어땠을까요. 각각의 내적 형식, 시작과 끝, 결말(그리고 창작의 만족까지), 그리고 그 너머의 숨 쉴 공간이 있었겠지요. 휠씬 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네 편의 소설을 차례로 써 내려간다면, 네 가지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뜻이고, 네 가지의 생각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입니다. 일전에 저는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몇 달 동안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계속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지만, 마침내 그 짐을 내려놓았을 때, 그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종말과 죽음은 그렇지 않았지요. 1부와 2부가 출간되던 시점에도 이정표에 닿았다는 가벼운 만족이 있었을 뿐, 휴식은 취할 수 없었습니다. 책이 교정을 보고 인쇄소로 향하는 중인데도 무엇도 끝내지 못한 판이었죠. 소설의 무게, 줄거리와 구성이라는 짐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2년 내내 저와 함께였죠. 잠자리에 들 때도, 일어날 때도, 쇼핑을 하거나 TV를 보며 긴장을 풀 때도, 소설은 계속 저와 함께였습니다. 일이 끝나는 순간까지, 벗어날 수 없는 짐이었습니다. 고된 작업이었고, 일전까지는 필요치 않았던 정도의 체력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창의적 영역의 보람을 느꼈던 일이기도 합니다.






주요 캐릭터부터 부차적 캐릭터까지, 그 전체를 ‘범세계적 시야’로 비추기로 결심한 후에, 여러 스토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접시를 돌리는 곡예처럼, 그 변화를 계속 유지해야 했지요. 그래서 저는 단일 요소에 집중한 짧은 챕터를 다수 도입해 가능한 빠르게 시야를 전환했습니다. 긴밀하게 집중된 이야기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일종의 광각 효과가 필요할 때에는 때때로 인상적인 부분을 더하는, 혹은 급박하게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죠(이런 챕터의 이름을 ‘파편들’이라고 주로 붙였습니다).


또한, ‘B 스토리’와 ‘C 스토리’의 주목도와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만큼 독자들을 배신하는 짓이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보조 스토리가 사소한 영역이나 1회용 스토리로 여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스토리가 나음대로 같은 정도의 의도를 담고 쓰여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황제, 호루스, 생귀니우스의 캐릭터가 고화질로 쓰여지기 위해서는 킬러, 포, 돈, 신더만, 올, 불칸, 란 등의 다른 모든 캐릭터들도 같은 대우를 받아야 했지요. 이 책 속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도 여백을 메우는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됐고, 중요하지 않아 생략되거나 대략 읽히도록 쓰여진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됐습니다.


책의 틀을 짠 기반 설정(모든 것이 워프로 무너지고 있고, 시간조차 멈췄다는 기본 개념)이 이것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테라 공성전의 결말은 반신들의 장대한 격돌을 다루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테라라는 행성, 그리고 인류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테라가, 그리고 인류가 계속 등장해 무엇이 위험에 처한 것인지 상시시켜야 합니다. 또한, 이 행성과 인류가 겪은 경험이 반영되어야 했지요. ‘나는 거기 있었다…’ 혹자가 언젠가 썼던 이 문구처럼 말입니다. 저는 독자들이 책 속 어디를 가더라도, 자신이 ‘거기’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중 일부는 당장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아닐지라도, 중요한 이유 때문에 존재합니다. ‘란과 제폰’과 ‘공백의 산에 있는 콜스웨인과 다크 엔젤 군단’은 현재 공성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이는 초기의 장치입니다. 복수하는 영혼을 향한 침공이라는 핵심 사건이 벌어진 순간의 배경에서, 세상 전체가 전쟁에 휩싸여 있음을 묘사하는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두 경우 모두(그리고 아밋, 테인, 아가테, 사르탁 등의 다른 줄거리들도), 궁극적인 구원을 바라며 역경과 맞서 싸우는 용맹한 충성파의 모습을 대조적인 요소로 사용했습니다. 이 두 줄거리는 이 책의 핵심 사건이 해결하고 자는 갈등을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소설이 끝으로 가는 무렵에는, 둘 다 다른 목적을 향해 나아가지요. 란과 제폰의 스토리를 통해서 독자 여러분께서는 핵심 이야기이자 40K 로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생귀니우스의 죽음이 불러온 악몽같은 결과를 현장감 있게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콜스웨인의 스토리를 통해서 40K라는 IP의 새롭고도 중요한 부분을 드러냅니다. 아스트로노미칸의 문제, 그리고 다크 엔젤의 긴 시간 이어져 온 내부 분열을 다룬 뒤, 말 그대로 부차적이었던 스토리들을 호루스와 황제가 벌이는 전투라는 핵심 사건으로 이어내지요. 비록 처음 보기에는 테라의 마지막 전투에서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다크 엔젤의 용맹한 활약상을 다룬 모험적인 부차적 줄거리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알고 보니 이것이 3부에서 완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스토리가 서로 다른 종류의 갈등을 다루어 대조적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란과 제폰은 상당히 ‘현대적인’ 방식의 전투(특히 하스가르드에서 방과 방 사이를 오가는 시퀀스가 그랬습니다)에 붙들려 있다가, 반역자들의 공세에 결국 삼켜지면서 최종장의 절저한 광기 속으로 던져지게 되지요. 콜스웨인 쪽 이야기의 경우, 액션 자체는 똑같이 잔혹하지만, 아서 왕 신화를 연상시키는,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 찬 ‘암흑 시대’ 방식의 전쟁을 묘사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다크 엔젤을 판금 갑주를 두른 기사요, 가장 사악한 마법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방패의 벽을 짜고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병력으로 만든 것이지요.


반면, 신더만의 경우 사건을 보다 조용하게, 그리고 관조하듯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합니다. 숨을 돌릴 수 있는 반가운 순간이지요. 포, 말카도르, 올이 그랬듯이, 저는 이 책에서 신더만이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모순되더라도 핵심 아이디어와 개념, 그리고 견해를 제시하게 하기를 원했습니다. 독자 제위께서는 그 모든 것 중 옳다고 여겨지는 진실을 고르시면 됩니다. 하지만 신더만은, 직간접적으로 모든 것을 이어주는 말 그대로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온 사방에 만연한 워프라는 매질을 통해, 신더만과 마우어가 소리 내어 도서관에서 읽은 내용이 메아리처럼 퍼지거나, 혹은 밈이 번지듯이 책 전체에 걸쳐, 또는 다른 줄거리에 씨앗을 뿌리기도 하지요. 명백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몇 곳 있습니다. 로켄과 아바돈이 멀리서 겪은, 마우어가 사무스의 서를 낭송하는 모습이죠(물론 마우어와 신더만은 이 사실을 몰랐지만요). 그 결과로 로켄은 스스로를 요새처럼 바꾸어 낼 수 있었지요. 그리고 더 미묘한 수많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수색 과정에서 말한 문장, 구절, 심지어 단어까지도, 다른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말에서 반복됩니다. 이는 의도적ㅇ니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인용한 ‘비밀 기록의 구절’들은 이 책을 위해 만들어낸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때로는 셸리, 엘리엇, 밀턴, 테니슨 등의 진짜 작품으로부터 샘플을 뽑아낸 것이기도 합니다. 그 메아리는 곳곳에 드러납니다. 돈(주로 T.S. 엘리엇), 콜스웨인(특히 셸리), 황제(다시 셸리, 그리고 테니슨), 올 페르손(대부분 테니슨), 그 외에도 등등이 있지요. 저는 이것을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반복되는 음악의 리프레인과 동일한 산문적 모티프로 여깁니다. 이 글의 요점은, 어쩌면 괴로울 수도 있지만, 동시성과 상관관계, 그리고 일치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 내서, 시점이 정지된 이 순간, 사방이 뒤틀린 현실이 기묘한 우연 속에 겹치고 울림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서로 맞물리고, 생각과 생각이 공명하기 시작합니다. 죽어가는 세상의 왜곡 속에, 운율이 생깁니다.


또한, 이 책의 테마 중 하나인 상상력(그리고 더 나아가 감정, 그리고 예술)이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임을 반영하기 위해, 시에 의지하기도 한 것입니다. 황제 역시 이를 인식했고, 문자적으로나 유전적으로나 보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계화되고 잔혹한 데다 매우 세속적인 세상을 사는 이들은 이것을 인지하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지요. 상상력이말로 워프를 파악하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상상력은 곧 마술의 뿌리이지요. 또한, 어쩌면, 인류가 새로이 세울 새 시대의 기반이 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호루스의 비상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캐릭터들은 프라이마크와 아스타르테스가 전후에 문화의 설계자이자 현명한 지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제국이라는 열망의 시대 속에서 그런 것들은 쉽게 잊히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겟지요. 물론, 피비린내 풍기는 이단의 시대와 압도적인 공성전의 시대에서는 기본적인 생존에 비하면 전혀 중요치 않은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신더만의 스토리, 그리고 그 스토리와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혹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40K 시대의 특징이 될, 몰인정으로의 쇠퇴를 말이지요. 상상력은 대체할 수 없는 인적 자원입니다. 워해머 40K 세계관에 참여하며 보인 여러분의 열정, 로어에 대한 여러분의 정열, 장대하게 구성한 군대에 대한 여러분의 헌신, 그리고 이 책, 다른 블랙 라이브러리의 책들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여러분이 모두 아뎁트임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소설의 메아리에 인용된 모든 시와 산문을 구체적으로 인용하지는 않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검색 엔진을 통해 쉽게 발견하고 그 원전을 찾으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1권의 서두에 게시된 시는 시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역사적 기원을 가린 바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밝히고자 합니다. 이 시, ‘그 도시를 위한 것이 아니다’(1902)는 시인 샬롯 뮤(Charlotte Mew)의 작품입니다.






모든 문장을 기본적으로 현재 시제로 사용하는 것도 초기에 내린 결정 중 하나였습니다. 시간이 멈췄고, 모든 것이 ‘지금’이라는 점을 담아내는 의미도 있었지만, 현재 시제가 이야기에 긴박함과 즉각성을 더해 드라마틱한 지점을 더 강화하리라고 여겼습니다. 게다가 호루스 헤러시와 테라 공성전은 40K 시점으로 치면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요. 전설이나 신화로 취급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전체 헤러시 시리즈가 집필된 목적은, 독자들을 ‘현실의 한 가운데’로 끌여 들여서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신화나 전설 버전을 원한다면, 고전의 영역에 들어간 이단의 환상이라거나, 혹은 초기 룰북의 훌륭한 옛 로어들을 찾아 보시죠. 이 소설은 꾸미지 않은 진실, 그러니까, ‘진짜’를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제 시제가 그 현실감을 강조하리라고 여겼습니다. 멀리 있거나,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우화도 아니지요. 지금 바로, 여러분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현재 시제로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과거형으로 글을 쓰면, 작가가 정신적으로 숨을 고르고 한 발짝 물러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제는 끝없이 휘몰아치지요. 저는 두려움 없이를 쓸 때 현재 시제를 활용해서 강점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정말 쓰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독자 제위께서는 특히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훨씬 더 큰 책을 쓰면서 제가 교훈을 얻었으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뭐랄까, 제 삶을 스스로 어렵게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많이 배웠으리라고 여기실 겁니다. 마침표 꽝꽝. 저는 많은 소설을 썼고, 무슨 일이건 여러 번 하다 보면 경험이 쌓입니다. 그 과정을 더 쉽게 만드는 기술을 만들게 되지요. 저는 종말과 죽음이 다르리라 여기긴 했습니다만, 그 전체 과정을 다시 설계하게 될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책의 길이(그리고 작업 시간)은 제쳐두고, 저는 소설을 쓸 때 거의 항상 하나의 초안을 기반으로 발전시키며 작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노트 한 권 정도의 아이디어와 생각거리가 쌓였지요. 이 소설은, 확실히, 그보다는 큰 노트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요…?


그랬으면 좋았겠지요. 1부와 2부는 각각 세 개의 다른 초고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3부는 두 개의 초고를 써야 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대부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성공했죠. 더불어, 저는 첫날부터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세부 사항과 모든 이야기의 타래를 추적했지요(정기적으로 남은 테라 공성전 시리즈 회의의 모든 메모, 그리고 시리즈 다른 권의 작가들과 나눈 일대일 토론까지도). 노트는 잊으세요. 저는 명확성을 위해(손으로 써 놓고 나중에 이것이 뭐라고 쓴 것인지 당황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검색을 위해 타이핑으로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빠르게 결정했습니다. 6개월 동안 글을 쓰고 나니, 양면으로 500페이지 가까운 노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진행형이었죠. 저는 형광펜으로 몇 번이고 그어낼 수 있도록 몇 부씩 거듭 인쇄했습니다. 파일 상자 하나를 통째로 채울 분량이었지요. 노트 자체가 엄청난 분량의 원고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썼던 것 중에 ‘가장 큰 소설’이었던 새터나인(공성전 시리즈 4권)을 돌이켜 보면, 그때 제가 쓴 후기에 얼마나 메모를 많이 했는지 순진하게 감탄을 했었더랬습니다. 우스운 일이죠. 사실 편집자가 후기를 요청했을 때, 이 부분은 그냥 새터나인의 후기에서 같은 부분을 뽑아다가 맨 뒤에 ‘이거랑 똑같은 방식으로 하긴 했는데 10배쯤 더했습니다’라고 붙이라고 할 뻔했습니다.


방대한 양의 노트가 쌓이는 바람에, 제 일상 업무 방식 자체가 변화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참고 자료들은… 2년 동안 책상에 책이 가득 쌓였는데, 아마 저를 보셨더라면 책을 쓰는 것인지 책으로 요새를 만드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가장 큰 참고 자료는 테라 공성전의 동료 작가들과 편집자들, 그리고 아낌없이 시간을 내 주고 노력해 준 GW의 여러 훌륭한 인재 여러분이었습니다. 모두 열정적으로 이어지는 이메일 토론에 참여해 주고, 저와 함께(순진하게도!) 줌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 즉 로어의 측면에 대해 토론하는 데 동의해 주었습니다. 특히, 제가 8권을 시작한 시점에 애런 뎀스키-보든은 7권의 반쯤을 마무리하는 중이어서(과거 그레이엄 맥닐과 제가 처음의 헤러시 소설에서 그랬듯이) 서로의 책을 ‘결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애런과 저 모두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이런 대화를 나누기 가장 좋은 시간은 우습게도 새벽 한 시였죠. 그 시간이 ‘돈의 순찰대’라고 알려지더군요. 제가 그랬듯이, ADB도 그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종말과 죽음에서 제가 설정한 또 다른 목표가 있습니다. ‘옛 워해머’, 그러니까, 로그 트레이더 시대의 정신과 그 풍미를 조금이나마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헤러시와 40K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저희는 항상 이것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리즈의 8권이 30K의 황금기에 작별을 고하고, 고전적인 렐름 오브 카오스 : 슬레이브 투 다크니스 시절의 초창기, 그 순수하고 제한 없는 광기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옛 책을 보고 영감을 얻곤 합니다. IP가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고, 창의적인 광기가 가장 광폭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펼쳐지던 시절이었지요. 8권은 카오스와 워프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텍스트에 그 시절의 향취를 넣어 그 시절의 이국적인 느낌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호루스 헤러시의 신화가 처음으로 등장한, 이 취미 활동의 첫 시절에 예의를 표할 수 있는 이상적 시기라고 여겼습니다. 예리한 눈을 가진 분이라면, 제가 일부러 인용한 렐름 오브 카오스와 초기 소설의 다양한 이름들, 그리고 단어들을 알아차릴 수 있으실 것입니다. 표지를 그려낸 닐 로버츠는 40K 시대와 대비되는 헤러시 시대의 시각적인 색채를 확립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저희 모두 소설에서 그 뛰어난 모습에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를 유지하는 한편, 보다 고대에 가까운 워해머의 원형이 태어나던 시절의 정서를 조금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정말 오래된 미니어처(당연히, LE 2를 포함해서요)들을 제 선반 위에 올려놓고 저를 지켜보는 위치에 두기도 했지요. 분명 향수의 영역인 것은 맞습니다만, 워해머 40,000(게임)은 그 자체로 길고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저는 초창기 시절의 먼지를 책에 부어서(혹은 감염시켜서?) 깊고 기괴한 역사라는 느낌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초고가 여러 번 나온 이유는, 이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시선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했습니다. 가치 있는 IP를 위해 작업하게 되면 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요. 지금까지 제가 쓴 모든 BL 소설은 전부 승인을 거친 것입니다. 하지만, 테라 공성전의 클라이맥스는 워낙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GW의 부서 여러 개와 아주 높으신 하이 로드들께서 직접 모든 단계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사실 원래 그런 방식이긴 합니다만. 제가 수정과 조정을 진행할 때마다, IP를 지키는 수호자들이 훌륭한 메모를 남겨주었지요. GW은 저를 신뢰했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 기회는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내야 했지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부담도 있었습니다. 저는 ‘착륙에 성공해야 한다’고 주문처럼 외우게 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연재되어 수많은 사람들(작가와 일반 독자들 모두)이 수많은 것을 쏟아부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인기 시리즈의 마무리가 종말과 죽음이었습니다.


그것이 제 최대의 걱정이었습니다.






더불어,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창의적인 발명을 할 여지도 많지 않았지요(혹은,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종말과 죽음은 헤러시 로어 전체에서 가장 상세하고 잘 알려진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하면서 확립된 장면들을 모두 다루고, 잘 다루고, 올바른 순서로 다뤄야 했지요. (거의)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일어나야 했습니다. 새터나인이 호평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제가 틀릴 수 있는 기존의 지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설의 빈틈 속에 적절한 이야기를 만들어 끼워 넣었으니까요. 하지만 8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움직일 여지도, 창작의 자유도 없었죠. 그러면서도 커뮤니티가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야 했고, 동시에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장대한 설정놀음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마지막 책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 영광이었고, 호루스의 궐기로 시작한 긴 시리즈의 마무리를 제가 지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목표 목록을 스스로 설정했습니다. 시점, 범위, 세부 사항, 다양한 캐릭터별 줄거리, 그리고 진지한 야망(자만심이라고 할 수 있을)을 담은 목록이었지요. 스토리 라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저는 그저 주어진 스토리를 최선을 다해 쓰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일 테니까요. 제가 포함해야 하는 기존의 지식들은 모두 다음의 방식으로 신중하게 고려했습니다. 어떤 버전을 포함할 것인가(40K의 신화에는 수많은 모순이 있음)? 어떤 순서로 등장해야 하는가(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채 확립된 로어도 있음)? 이를 보여줄 때, 어떤 방식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인가(스타일과 시점의 문제)? 로어를 바꾸거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지 않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요소를 넣을 방법이 있나?


특히 마지막 측면이 유용했습니다. 여러 사례를 통해, 사실 상당한 정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았지만, 왜 일어났는지는 모르는 공간이 있었죠. 왜 일어났는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모르는 공간도 있었고요. 어떤 일이 일어났지만, 그 즉각적인 결과나 반응이 무엇인지 모르는 영역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책의 방대한 범위(다른 모든 ‘사소한’ 스토리와 캐릭터들)가 만들어낸 대지와 결합하면서, 갑자기 엄청난 양의 자유가 생겨버렸지요. 그래서 종말과 죽음 속에,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반전과 놀라운 순간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요.






제가 설정한 또 다른 목표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책이 가진 ‘목소리’를 차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경우를 보면 분명히 드러납니다. 저는 말카도르를 유일한 1인칭 화자로서 차별화했고, 호루스는 섬뜩한 2인칭을 통해 그에게 가까이, 하지만 그 이상의 접근을 거부하는 느낌을 주었지요(대체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은 누구일까요?). 또한, 아주 잠시의 등장이지만, 타이퍼스의 경우 맛깔나고 소름 돋게 1인칭 복수형을 활용했습니다. 다른 스토리 라인들은 모두 3인칭으로 등장하지만, 그들만의 느낌을 가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점과 대화를 넘어, 텍스트 자체까지 확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콜스웨인과 다크 엔젤이 등장하는 부분은 기사도 문학에서 가져온 양 고풍스러운 어휘와 축약되지 않은 어휘들을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반면, 긴 여정의 동반자들(올과 존은 아마 이 소설에서 가장 ‘현대적’인 인물일 것 같습니다)의 경우 더 현대적이고 축약된 스타일로 쓰였지요. 보다 현대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고요.






황제의 경우, 거대한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직접적인 캐릭터로 등장할 수 없는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겠습니까(황제는 궁극적으로 알 수 없는 존재이며, 실제 활성화된 캐릭터로 쓰여서는 절대 안 되는 존재니까요)?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차리셨을까요? 황제는 내내 존재하지만, 그는(‘그분’이라고 써야 할까요?) 돈과 로켄이 그러하듯 저기 실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가 직접 말하는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다른 이들이 그의 뜻을 전달하지요. 황제는 말카도르, 카이칼투스, 호루스, 로켄, 리투 등의 인물의 관찰 속에서 텍스트 속에 뚜렷한 형상으로 남습니다. 이들은 보다 내부에 있는 캐릭터들로서 황제의 행적에 대한 직접적인 목격자가 되지요. 하지만 분리되어 있는 다른 캐릭터들(포, 신더만, 불칸, 킬러, 올과 긴 여정의 동반자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합창단처럼 작동하지요. 그들은 그들의 스토리에서 황제와 그의 역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토론합니다(때로는 대조적이고, 모순적인 방식으로요). 저는 그 방식을 통해서, 황제가 ‘화면에 나오지’ 않는 순간조차도 황제라는 캐릭터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황제는 우리 로어의 기반이 되는 존재이자, 분열을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몇몇은 그를 인류의 구원자로 숭배하며 그에게 헌신하지요. 어떤 이들은, 황제를 냉정하고 오만하며 지독한 자만심을 가진 존재, 인류의 비탄에서 뿌리가 되는 존재로 간주하지요. 말 그대로 극과 극입니다만, 그 사이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의견의 분열은 세계관 속의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40K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로 등장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그 견해에 대한 여러 가지 상반되고 상충되는 생각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직접 답을 생각하실 수 있도록 초대한 것이지요. 제위께서는 어디 서 계십니까? 황제는 불가해한 존재이며, 수많은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순들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존재로서 한 번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의식적인 스타일 선택과 함께, 어휘 역시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뻔한 예를 보자면, 다시 말카도르겠지요. 인장관은 세계관 속에서 가장 영리한 인물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복잡하고 모호한 허위로 그의 등장 장면에서 가중을 주었습니다. ‘말카도르가 가장 무거운 단어들을 쓰니까 가장 똑똑한 인물이겠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그의 생각의 민첩성과 범위를 따라잡히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소위 ‘이스터 에그’로 부르는 암시와 부수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일부는 미묘하고 거의 접선의 측면인 것도 있고, 일부는 눈부시리만큼 명백하죠(아바돈의 ‘방어막 가동!’은 그의 태도를 아주 효과적으로-단 두 단어로!-압축해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참고 자료를 확인하시겠지만, 모두가 같은 참고 자료를 구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고 자료를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언젠가는, 제가 제노스를 쓸 때 그랬듯이, 이 책의 주석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설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단어의 선택이 조금 다를 뿐이지, 이 책 전체에서 로어를 떠올리지 않게 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있다 해도, 거의 한 줄, 혹은 기껏해야 한 단락 정도에 불과할 것입니다.






종말과 죽음은 사건들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성패가 캐릭터들의 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항상 캐릭터에 관한 것이니까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네임드’의 경우는 모두, 최소한 이름을 거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한데… 눈치채셨을까요?) 다양한 성격과 질감을 가진 캐릭터들을 배열해야 했고, 그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감정적 순간을 맞기도 했습니다. 저조차도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지요. 물론 큰 감정적 고동(큰 줄거리가 그렇듯이)이 존재합니다만, 예상치 못한 부분들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말카도르가 옥좌에 오르는 장면(그리고 그의 선택받은 자들이 지켜보는)은 놀라우리만큼 가슴이 아픈 장면입니다. 금욕적으로 최고 지휘권 수행에 임하며 그 견딜 수 없는 책임을 완강하게 지는 불칸, 고립된 채 기억이 희미해지는 돈. 그리고, 누가 암흑 기계교단을 섬기는 종이 슬픔과 상실을 담담하게 빚어내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는 이 책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캐릭터들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차별화하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부지런히 노력했습니다.






물론 중심이 되는 사건은 호루스와 생귀니우스, 그리고 호루스와 황제가 벌이는 두 개의 큰 결투입니다. 두 사건은 명백히 유사한 사건입니다(두 명의 반신이 격돌하죠). 그래서 저는 두 사건이 서로 다른 느낌을 주기를 바랐습니다. 어느 한 사건이 다른 한 사건의 ‘더 큰’ 버전으로 느껴지지 않고, 각각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건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생귀니우스 쪽의 스토리는 이 로어에서 그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걸맞아야 했지만, 핵심 사건에 가려지는 결말로 이어져서는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전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출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점을 반복해서 변화시키며(3인칭의 생귀니우스, 그리고 2인칭의 호루스) 서로가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그리고 전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지요.


영웅적인 격돌이고, 거듭되는 전투입니다. 그와 동시에, 제법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순간들의 연속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끝날 뿐이다.’ 저는 이 구절이 상당히 냉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 시퀀스가 그 불길한 구절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끔찍한 결말로 이어지지요. 이것은 영웅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편집되지 않은 ‘진짜 버전’이라는 개념에 다가가기 위한 것이지요. 결국 영광스러운 죽음도 아니고, 전설과 신화의 화려함으로 치장되지 않은 죽음 말입니다. 뻔뻔하리만큼 잔혹한 죽음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가 죽을 것임을 알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른 이유에서라도, 여전히 충격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황제의 경우, 또 다른 종류의 충돌이 필요했습니다. 황제가 내러티브에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소한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호루스의 관점을, 혹은 또 다른 목격자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그리고 신뢰하기 어려운) 각각의 관점은 황제 자신의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을, 그리고 황제가 각각의 사람에 맞추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동시에 떠올리게 했지요. 저는 황제가 벌이는 결투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결투가 시작되지만(물론 그 힘의 등급 자체가 압도적입니다만), 가속도가 붙지요. 이 부분에서 ‘추가 장비’가 중요했습니다. 또한, 생귀니우스가 그러했듯, 단일의 긴 결전이 아니라, 여러 ‘판’에 걸쳐 충돌이 이어집니다. 첫 번째 핀(아마 이 부분이 소설에서 가장 긴 단일 챕터일 것입니다)은 호루스의 시점에서 이야기되고, 기어가 바뀌며 고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숨 가쁘고, 끊길 틈이 없지요. 그리고 ‘전퉁적인’ 결투는 이제 사이킥 전쟁로 변화합니다. 이 전투가 말 그대로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이 첫 변화의 전개를 위해, 저는 일전에 문장에 무기의 이름을 집어넣었던 부분에 위치를 사용했습니다(그래서, ‘그는 칼을 휘둘러 나를 쳐낸다’가 ‘그는 크토니아를 휘둘러 나를 쳐낸다’가 도니 것이지요). 문장 구조상 여전히 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무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싸움의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했습니다. 싸움은 외부로 확장되고, 계속 확대됩니다. 어디에서나 싸움이 벌어지고, 물리적인 전쟁과 정신적인 전쟁이 함께 벌어집니다. 다층적 차원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그리고, 다시 변화가 옵니다. 싸움은 보다 마법적인 영역, 수많은 형상들과 워프의 무한한 차원이 동원되는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이 싸움이 더 이상 커질 수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싸움이 커지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 제 의도가 실현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의 기어 변속은(최소한 첫 판의) 타로의 사용으로 이어집니다. 위치와 마찬가지로 타로 카드를 활용한 것입니다-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타로 카드의 가치와 의미를 활용했지요-. 타로 카드가 무기가 되고, 일전에 칼과 발톱, 그리고 위치가 들어갔던 문장의 구조에 카드가 들어갔습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저는 그들의 싸움을 통해 똑같은 핵심 문제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크게 시작한다면, 얼마나 더 크게 갈 수 있을까? 어느 시점이 되면, 지금껏 사용한 것을 뛰어넘는 최상급의 단어가 떨어질까? 저는 진심으로, (시인의 표현대로)‘더 큰 한방’을 만들기 위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 규모의 문제입니다. 큰 것이 크게 보이려면, 그와 대조되는 작은 것을 보여야 하지요.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야 합니다. 신더만, 란, 아가테, 하산 등 ‘작은’ 캐릭터에게 주어진 화면 배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답이 있겠습니다만, 공통점은 ‘크기의 비교’ 문제라는 것입니다. 올이 왜 중요할까요? 작고 중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중요합니다. 왜 로켄이 전투의 국면에 존재할까요? 그가 대수롭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각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유, 중요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제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아실 거라고 봅니다. 수 년 동안 저는 BL을 위해 글을 썼고, 스페이스 마린, 그리고 간혹 프라이마크가 실제보다도 훨씬 커 보이도록 노력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사에서 가장 큰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출연진의 상당수가 스페이스 마린이거나 프라이마크인 책에서는 마찬가지의 일을 해야 했습니다.






8권은 단순히 공성전 시리즈의 시퀀스의 끝이 아닙니다. 7권의 속편이고, 간접적으로는 6편의 속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나온 모든 시리즈의 속편 역할도 해야 했지요. 호루스 시리즈의 모든 책(단편을 포함해서)의 속 또는 피날레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의 경우 매우 직접적으로 결말이 됩니다. 군단, 인류의 주인, 다른 공성전 시리즈 같은 경우는 말이죠.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힌트, 그리고 모든 전작들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책이 호루스의 궐기의 직접적인 후속편으로 느낍니다. 이기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거기서 시작된 이야기가 여기서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이기 때문이니다. 그래서 저는 호루스의 궐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최대한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최소한 생존한 캐릭터들은요). 로켄, 킬러, 신더만, 그리고 아바돈까지. 이것은 그들의 여정의 끝이고, 그들을 통해 우리는 근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켄과 생귀니우스의 시점으로, 복수하는 영혼에 승선한 뒤 말 그대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묘사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회상은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스토리에도 보탬이 됩니다. 그리고 제목은, 결국 첫 번째 책에서 사무스가 뱉은 말의 직접적 인용이지요.






저희가 20년 전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저희 모두는 이 시리즈가 성공하여 전체 사가를 완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시리즈가 얼마나 성공할 것인지도 몰랐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몇 권이나 나올지, 그 규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저도, 우리 모두, 솔직히 여기까지 이르는 순간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언젠가 이 시리즈가 실제로 끝이 난다고 해도, 우리가 마무리짓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겼지요. 이렇게 오래 이어진 프로젝트의 끝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저에게는 특권입니다. 긴 여정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이런 후기를 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떠벌리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꼴사나운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것이 바로 후기의 제 목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말 그대로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제가 GW에서 받은 조언 중에는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자, 변함없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미스터리를 유지하라’는 것이었지요. 이 책에는 엄청난 양의 세부 사항과 구체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 여전히 상당한 정도로 로어, 워프, 그리고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미스터리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모든 것이 설명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 세계관은 그대로 확 줄어들 테니까요.


이 시리즈가, 그리고 이 결말이 여러분의 즐거움이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바랐던 것들이 전부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 주시고, 완성된 이후에 읽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댄 애브넷,

메이드스톤,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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